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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집은 어디인가

   개요   :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개봉일   :  2022-04-07

   감독   :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

   출연   :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

   등급   :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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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의 [나의 집은 어디인가]는 올해 아카데미에서 3개 부분 후보에 오른 작품입니다. 국제영화상, 장편 애니메이션상, 장편 다큐멘터리상. 덴마크 영화라니까 국제영화상은 이해가 가는데, 다른 두 개는 어떻게 겹치는 거죠? 아주 엄격하게 따지면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실화이고 실제 인물의 목소리가 들어가지만 그 중 상당 부분은 배우들을 통해 재현되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세미 다큐멘터리 정도에 가깝겠지요. 그리고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자료화면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장면이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됩니다.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얼마 전에 한 친구와의 인터뷰로 뭔가를 만들고 싶은데, 내용상 이 사람의 신원을 공개할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생각했대요. 그러다가 주인공과 배우의 얼굴을 가릴 수 있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라는 지점을 찾아낸 것이죠. 타협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일단 매체를 선택하면 그 매체만의 표현법이 영화의 모양을 형성하기 마련입니다.


아프가니스탄 난민 가족 이야기입니다. 탈레반 정권이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하자 주인공 아민 나와비는 가족과 함께 형이 망명해 살고 있는 러시아로 달아납니다. 하지만 소련 붕괴 직후의 러시아는 결코 난민에게 친절한 곳이 아니었지요. 가족들은 유럽으로 떠나려 하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들과 목적지인 국가 사이에는 밀입국 전문가들이 버티고 있었지요. 이 이야기는 이미 성인이 되어 덴마크에 정착해서 살아가고 있는 아민의 회상을 통해 전달됩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왜 이들이 꾸준히 매체를 바꾸어가면서까지 이 이야기를 간절하게 하고 싶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크게는 보편적인 난민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작게는 그 난민이라는 큰 무리 속에 가려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개인적인 목소리도 함께 전달하는 입체적인 영화입니다. 여기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아민이 남자친구가 있는 동성애자라는 사실이지만요. 그리고 탈레반이 아프가니스칸을 다시 정복하고 우크라니아에서 전쟁 난민들이 탈출하는 지금, 비유럽국가 출신 난민의 세밀한 개인사를 다룬 영화는 다시 복잡한 현재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훌륭한 성장물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여자옷을 입는 걸 좋아하고 장 클로드 반담에 빠져 있던 게이 소년이 거대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몇 겹의 의미로 세상을 속이며 살아가다 진실을 드러내는 과정이 절절한 감정과 함께 터져 나오죠. 정말 소설 같지만, 원래 현실은 평범한 소설이 따라잡지 못하는 복잡성과 의외성을 갖고 있기 마련이지요.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몇십억의 다양한 사람들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는 이 영화와 같은 경로를 통해 이를 의식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고요.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