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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 킬링 문

   개요   :  범죄

   개봉일   :  2023-10-19

   감독   :  마틴 스코세이지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니로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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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콜세지의 첫 서부극인 [플라워 킬링 문 Killers of the Flower Moon]은 

우리나라에 [플라워 문]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데이비드 그랜의 논픽션책이 원작입니다. 

난해한 암호 같은 영화와 책의 제목은 오세이지족 사람들이 4월에 핀 작은 꽃들이 죽어나가는 5월을 

'꽃을 죽이는 달 flower-killing moon'이라고 부른 것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영화의 소재는 20세기 초에 일어난 오세이지족 연쇄 살인입니다. 

오클라호마 보호구역으로 쫓겨난 오세이지 사람들은 그곳에서 난 석유로 벼락부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온전한 시민으로서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었고 이들을 노리는 백인들이 벌레처럼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수상쩍은 상황에서 오세이지 사람들이 한명씩 죽어나갑니다.


데이비드 그랜의 원작은 일종의 추리소설처럼 진행됩니다. 

수수께끼의 범죄가 벌어지고 정의로운 명탐정이 등장하며 나중에 진범이 밝혀지고 정의가 실현됩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FBI의 탄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제임스 스튜어트가 주연한 [FBI 스토리]에서도 언급이 돼죠.


영화의 구성은 조금 다릅니다. 

정의로운 연방 수사관 톰 화이트가 주연에서 조연자리로 물러나고 어니스트 버크하트라는 남자가 주연자리를 차지합니다. 

오세이지 여자 몰리와 결혼한 백인 남자인데, 

겉으로는 오세이지 사람들의 친절한 친구인 척하며 연쇄살인을 주도한 윌리엄 헤일의 조카였고 공모자였습니다. 

주인공이 바뀐 건 원래 톰 화이트 역할을 하러 온 디카프리오의 아이디어였다고 하는데, 괜찮은 선택이었던 거 같습니다. 

시시하기 짝이 없는 남자인데, 그 때문에 캐릭터의 재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영화가 '백인구원자' 이야기가 되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3시간 반에 가까운 긴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길이는 필요합니다. 

원작을 아직 읽지 않은 관객들을 낯선 시공간에 떨어뜨려 놓고 이 세계가 어떤 곳이고, 

어떻게 이런 범죄가 가능했는지를 설명해야 하니까요. 

구체적인 살인사건은 세계에서 떨어져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오클라호마 오세이지 네이션에서 벌어진 이 살인사건은 결국 폭력적인 미국 역사와 연결됩니다. 

스콜세지는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털사 학살을 중간중간에 언급하며 

오세이지 연쇄살인이 또다른 종류의 제노사이드였다는 것을 분명히 합니다.


거대한 캔버스 안에서 긴 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야기지만 영화는 은밀한 심리극이기도 합니다. 

제대로 된 악당도 되지 못하는 시시한 남자가 어떻게 대량 학살 수준의 범죄에 가담하고 그 상황 속에서 어떻게 갈등하는가. 

여기서 어니스트와 몰리의 관계는 더 복잡해집니다. 

어니스트는 몰리의 가족과 친척들의 살해에 책임이 있고 조금 더 꼬였다면 아내를 죽였을지도 모릅니다. 

이건 모두 돈 때문이고요. 

하지만 어니스트와 몰리가 서로 사랑했다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복잡한 세상을 사는 복잡한 사람들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인 거죠. 

서부극의 세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지만 전 여기에서 히치콕의 [의혹]이 떠올랐습니다. 

그렇다면 몰리의 분량을 늘려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지금도 몰리는 영화의 중심이고 릴리 글래드스톤도 기대만큼 좋으니까요. 

하지만 스콜세지는 백인남성의 입장에서 백인남성의 죄를 묻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다들 러닝타임을 걱정하는데, 지루한 영화는 절대로 아닙니다. 

그리고 거기엔 편집자 델마 스쿤메이커의 역할이 컸겠죠. 

하지만 관객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과 방광이 차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두 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그러니까 톰 화이트가 등장하기 직전에 휴식시간을 주어도 좋지 않았을까요. 

3시간을 넘기는 60년대 대작들은 대부분 그렇게 했습니다. 이건 멀티플렉스 시대엔 사치인 걸까요.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