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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개요   :  뮤지컬

   개봉일   :  2022-09-28

   감독   :  최국희

   출연   :  류승룡, 염정아

   등급   :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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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에 걸려 살 날이 몇 달 안 남았다는 걸 알게 된 세연은 남편 진봉을 끌고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을 나섭니다.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남편을 통하면 단번에 주소를 알아낼 줄 알았는데, 남의 사생활을 캐는 게 그렇게 쉬울 리가 없고, 두 사람은 목포, 부산, 청주로 이어지는 기나긴 여행을 해야 합니다.


당연히 로드무비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뮤지컬이기도 해요. 우리나라에서 뮤지컬 영화는 아주 드물게 만들어지지요. 당연히 의미있는 전통도 없었습니다. 20세기까지만 해도 한국사람들은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당연한 상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식은 사실이 아니었거나 그 동안 한국 사람들의 취향이 바뀌었습니다. 뮤지컬 영화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때가 된 것입니다. 게다가 [인생은 아름다워]가 선택한 옛날 유행가들을 모은 주크박스 뮤지컬은 한국에서 꽤 흔합니다. 중장년 대상 무대극으로 꽤 자주 올라오거든요. 그러니까 [인생은 아름다워]가 택한 형식은 영화로는 드물지만 뮤지컬로서는 그렇지 않아요.


유행가 주크박스 뮤지컬은 의외로 사실적인 선택입니다. 수많은 유행가들이 사람들의 머릿 속에서 남아있다가 특정 상황에서 주제가나 배경음악처럼 튀어나오니까요. 심지어 진봉이 세연을 놀려대면서 김광진의 [편지]를 부르는 장면은 일반적인 극영화의 사실성에서 벗어나 있지도 않습니다. 뮤지컬 영화 장르를 시작한다면 이건 꽤 좋은 선택입니다.


그렇다면 뮤지컬로서 만족스러운가? 염정아와 류승룡의 노래는 대부분 설득력 있습니다. 전문 뮤지컬 가수 같지는 않지만 캐릭터 안에서 설득력이 있지요. 그건 중간중간에 나오는 춤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사람 모두 투박해도 되는 사람들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연출도 그래도 되는가? [라라랜드]를 예로 들어보죠.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은 노련한 뮤지컬 배우가 아닙니다. 하지만 감독인 데이미안 세젤은 몇십 년에 걸친 할리우드 (그리고 유럽의) 뮤지컬을 꿰뚫고 있고 뮤지컬 영화의 어휘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인생의 아름다워]의 최국희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는 없어요. 영화의 촌스러움은 의도적이지만 감독이 촌스러움 이외의 다른 길을 택할 수 있었을 거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 케이팝의 열풍과 함께 음악과 춤을 담아내는 국내 기술은 엄청나게 발전했습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들이 많지 않았을까요?


종종 코끝이 찡해지는 통속극입니다. 죽을 날을 앞두고 과거를 돌이켜 보는 중년 여자의 이야기가 그렇지 않기도 힘들죠. 그런데 이를 방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남편 진봉이 지나치게 [운수좋은 날]의 김첨지예요. 나름 반전을 넣고 사연을 설명하려 하지만 살 날이 두 달 남은 아내에게 땍땍거리는 츤데레질은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영화의 테마 중 하나는 지나온 과거엔 이성애 연애의 추억 대상보다 중요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인데, 이것도 아주 잘 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많아요. 비슷한 형식을 취한 [써니]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지요.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