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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올드 오크

   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4-01-17

   감독   :  켄 로치

   출연   :  데이브 터너, 에블라 마리

   등급   :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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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올드 오크]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미안해요, 리키]를 잇는 영국 북동부를 배경으로 한 

켄 로치/폴 래버티 콤비의 3부작을 맺는 마지막 작품으로 홍보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켄 로치의 마지막 장편영화일 거라고 합니다. 로치는 지금 87세.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죠.


제목의 '올드 오크'는 주인공 TJ 발렌타인이 운영하는 펍 이름입니다. 

이 동네에서 사람들이 어울려 놀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죠. 영화의 배경이 되는 마을은 이전에 탄광촌이었어요. 

대처 정부의 탄광폐쇄 이후 몰락한 곳인데, 한국 시네필들은 이미 이 동네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빌리 엘리어트], [풀 몬티], [런던 프라이드]와 같은 수많은 영국 영화가 이곳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 탄광촌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지도 몰라요.


영화의 갈등은 한 무리의 시리아 난민이 이 동네에 오면서 시작됩니다. 

대부분이 노동자 계급인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안 좋습니다. 

'부유하고 힘있는 사람들이 일종의 쓰레기처럼 난민들을 우리 동네에 버렸다' 정도로 이해하는 거죠. 그게 거짓말은 아닐 겁니다.


TJ는 난민 중 한 명인 야라와 친구가 됩니다. 야라는 영어가 능숙하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해요. 

TJ와 야라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내는데, 

시리아 난민과 마을 사람들 모두 함께 아침을 먹을 수 있는 무료 식당을 연다는 것이지요. 

정말 소박하고 무난하고 안전한 계획인데, 이 역시 쉽게 풀리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3부작 중 가장 감상적이고 멜로드라마틱합니다. 앞의 두 편에는 있었던 단호함이 떨어지고요. 

그 때문에 세 편 중 평가가 가장 낮을 수도 있어요. 

영화를 보다 보면 '영감이 좀 이야기를 쉽게 푼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과연 난민과 원 거주민의 갈등이 영화에서 그린 것처럼 해결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쉽게 푼다'는 로치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쉬운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난민과 난민을 돕는 우리 편 사람들 대 인종차별주의자의 대립으로 상황을 단순화시키지도 않고요. 

영화의 결말은 희망적이고 낙천적이지만 그 결말 이후의 상황이 밝기만 하다는 말도 하지 않지요. 

무엇보다 지금의 이 동네 상황이 대처 시대 이후 영국 역사의 맥락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로치의 '마지막 영화'란 걸 생각하면 사람들의 연대를 믿고 희망을 보는 결말이 그렇게 나이브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영화를 찍으면서 "미안해, 너희들은 망했어"라고 말할 수도 없는 것 아니겠어요.

아무리 세상이 망하는 것처럼 보여도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여전히 연대와 희망입니다.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