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액션, 모험, 드라마
개봉일 : 2024-08-14
감독 : 정이삭
출연 : 글렌 파월, 데이지 에드가 존스, 안소니 라모스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정이삭 감독의 [트위스터스]는 얀 드 봉의 1996년작 [트위스터]의 속편입니다.
이 영화의 각본은 고 마이클 크라이튼과 크라이튼의 아내 앤-마리 마틴이 공동으로 썼지요.
그래서 [트위스터스] 크레딧엔 'based on characters created by'라며 이 부부의 이름이 나오는데 그건 좀 이상합니다.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트위스터스]엔 [트위스터] 캐릭터들이 나오지 않아요.
이 두 영화의 우주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건 영화 초반에 나오는 동그란 데이터 수집장치 도로시 뿐입니다.
이 영화는 '스탠드얼론 시퀄'로 분류됩니다. 속편이긴 한데 캐릭터나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는 속편이지요.
영화의 주인공은 케이트 쿠퍼라는 기상학자 겸 토네이도 체이서입니다.
데이지 에드가-존스가 연기하는 이 사람은 영화 도입부에 글렌 파월이 아닌 남자와 키스를 하는데,
여기서부터 관객들은 이 남자의 생사를 걱정하게 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한지 몇 분도 되지 않아 동료 대부분이 토네이도로 목숨을 잃는 대참사가 일어나고 영화는 5년 뒤로 건너뜁니다.
케이트는 뉴욕에서 기상전문가로 일하고 있는데, 5년 전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동료 하비가 찾아옵니다.
토네이도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장비를 갖고요.
일주일만 도와주겠다며 오클라호마로 돌아온 케이트는 자칭 '토네이도 카우보이'라는 유튜브 인플루언서 타일러를 만나게 됩니다.
당연히 글렌 파월이 연기하고 있고요.
여러 모로 [트위스터]가 간 길을 다시 가는 영화입니다. 물론 주인공의 설정 같은 건 다릅니다.
[트위스터]는 이혼을 앞둔 부부 이야기이고, [트위스터스]는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토네이도 연구자들이지요.
전편이 토네이도의 데이터를 얻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트위스터스]에서는 그 단계를 넘어 토네이도의 힘을 약화시키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이것 이외에도 다른 점들은 많은데, 그래도 흐름은 여러 모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죠.
하긴 토네이도를 추적하는 과학자들 이야기로 보여줄 수 있는 건 대부분 비슷한 거 같고
여름 겨냥 흥행 대작 영화를 만들면서 굳이 사람들의 기대를 벗어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의식적인 오마주도 있고요.
예를 들어 두 영화엔 고전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이 중요 배경으로 등장합니다.s
[트위스터스]는 관객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다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20여년 동안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더 사실적으로 보여줄 수 있죠.
[트위스터]가 나온 1996년은 아직 컴퓨터 그래픽으로 토네이도의 모습을 정확하게 그리긴 어려웠던 때였습니다.
그 때문에 오히려 전 옛 시각효과의 표현주의적인 매력이 있었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번 영화도 그렇게 만들 필요는 없지요.
하여간 아주 만족스러운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종종 찾아오는 기시감을 대충 넘긴다면요.
영화의 드라마는 안전하지만 그래도 믿음직합니다.
이전의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과학자의 기본 서사도 모범적이고, 이에 따라오는 SF적인 설정 역시 잘 먹힙니다.
과학기술자들의 윤리의식과 같은 주제도 단순하지만 적절하게 삽입되었고요.
두 주인공의 로맨스는 적절하며 액션을 막을 정도는 아닙니다.
그리고 과학과 토네이도를 재료로 하는 이 영화의 로맨스 언어는 제법 자기만의 목소리를 냅니다.
다시 말해, 특별한 건 없을지 몰라도 준수한 블록버스터입니다.
충분히 무섭고 충분히 신나며 캐릭터들은 쉽게 몰입할 수 있고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배우 구경도 좋고요.
그러니까 1990년대 사람들이 블록버스터에서 기대했던 것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 2020년대 영화인 겁니다.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