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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개요   :  드라마, 스릴러

   개봉일   :  2011-03-31

   감독   :  나카시마 테츠야

   출연   :  마츠 다카코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미나토 가나에의 베스트셀러를 각색한 나카시마 데쓰야의 영화 [고백]은 학교를 떠날 준비를 하는 중학교 교사 유코의 충격적인 고백으로 시작됩니다. 이 사람에 따르면 얼마 전 사고로 죽었다고 알려진 어린 딸이 사실은 그녀가 맡은 반의 두 학생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아직 청소년 보호법을 받는 13살 짜리 아이들이기 때문에 법으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딸을 잃은 어머니로서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녀는 스스로 복수를 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이 도입부는 환상적입니다. 소란스러운 아이들이 부글거리는 산만한 중학교 교실에서 무심하게 시작된 이야기가 무시무시한 살인과 복수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거죠. 주인공 유코는 그러는 동안 단 한 번도 평정을 잃지 않고 일본식 우아함과 냉정함을 유지한 채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이 초반 30분만으로도 영화 한 편이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코는 학교를 떠나고, 그 뒤로 영화는 여러 화자들을 오가면서 그 이후 두 살인범과 주변 인물들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각각의 입장에서 묘사합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왜 두 소년이 살인을 저질렀는지 알게 되고, 그 살인과 이어지는 유코의 복수가 그들과 주변 사람들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알게 됩니다.  


아마 여기까지 읽은 여러분은, 얼핏 보면 단순하고 무시무시해보이는 살인사건이 보다 복잡한 개인적 사연들이 꼬이고 꼬여 발생한 불운한 사건이며, 살인자들과 주변 사람들 모두가 이해받을 자격이 있다는 [라쇼몽] 스타일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그런 척은 합니다. 하지만 오로지 척일 뿐입니다. 원작자나 각색자의 의도가 무엇이건, 이 영화는 오로지 복수라는 목적 하나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살인사건과 관련된 주변 사람들에 깊이를 부여하려는 시도 때문에 유코의 복수는 더 맛깔스러워집니다. 무감각한 짐승을 고문하는 건 아무런 재미가 없습니다. 복수의 대상은 최소한 자신의 고통을 인지할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물론 영화는 청소년 보호법의 존재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주인공의 사적 복수를 허용하고 도구를 제한하는 극적 제약일 뿐입니다.  


영화는 유코에게 완벽한 동기를 제공해주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완벽하고 깔끔한 복수를 하는 건 아닙니다. 유코의 복수는 수많은 부작용과 불필요한 추가 희생자를 낳습니다. 악은 또다른 악을 낳고 그 악은 또다른 악을 낳으며, 영화가 끝날 무렵엔 모두가 가해자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린 유코가 이 피투성이 결과에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압니다. 물론 관객들은 영화를 다 보고 유코의 행동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럴 생각 없습니다.  


영화의 스타일은 차갑고 야비합니다. 얼핏 보면 각각의 주인공에게 몰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들을 놀려대고 있다는 게 보이죠.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라디오 헤드] 뮤직 비디오처럼 연출한 몇몇 장면들은 감독의 킬킬거리는 웃음 소리가 들릴 지경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잔인한 부분은 다른 사람들의 말을 다 들어주는 척하면서 내내 유코의 입장만 따라가는 영화의 태도 자체입니다. 


남은 건? 차갑고 우아하게 연출된 지옥입니다. 결코 이건 죄를 지은 자들만 깔끔하게 처벌을 받는 [몬테 크리스토 백작]식 권선징악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옥문이 열리는 것에 가깝습니다. 아니면 원래 살짝 열려있었던 문을 작정하고 뜯어낸 것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여기서 토론의 재료들이 나오고, 그걸 이어가는 건 관객들의 몫입니다. 하지만 진짜로 중요한 건 우리의 주인공이 복수라는 행위의 의미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 과정과 결과를 온 몸으로 즐겼다는 겁니다. 이것은 복수의 기본입니다. 골백번 하는 말이지만, 이런 복수자가 일단 있어야, 복수가 무익하네, 어쩌네,하는 다음 단계로 갈 수가 있는 거죠.



콘텐츠 제공 : 듀나의 영화낙서판